1년 가까이 글쓰기를 안 해서 유일하게 좋은 점은 글감이 아주 많이 쌓여있다는 점이다. 행복해라... ChatGPT랑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다가 주제가 조금 구체화되는 게 있으면 적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난 사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하지만 특별하게 이를 블로그 글로 쓰려고 하진 않았다. 제일 큰 심리적 장벽은 남의 시선이다. 나 자신도 심리학 관련 (대부분은 자신의 성격 유형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 "저건 그냥 합리화 아닌가"라는 의심을 계속하는데, 남이라고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두 번째로 큰 심리적인 장벽은 이러한 유형의 글은, 특성상 내 감정을 어느 정도 드러낼 수밖에 없고, 난 그게 내 약점을 노출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이유는 매우 세속적인 것으로, 내 내향성을 드러내면 혹시 이 블로그가 포트폴리오로써 활용되었을 때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앞에서 말한 문제들이 말끔히 해결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젠 더 이상 이런 제약에 구애받지는 않기로 했다. 남의 시선은 이젠 적당히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고, 내가 여기에 적어둔 감정을 폄훼하는 사람과도 말을 섞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만약 이런 글을 보고 날 채용하지 않을 회사라면, 실제로 서로 스트레스받을 일이 줄어들었으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럼 각설하고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우선은 "구조적 사고"에 대해서이다. 찾아보니, 심리학에 100%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게 있진 않지만, 인지심리학의 analytic vs holistic thinking 이 그나마 주제는 제일 비슷하다. 분석적 사고 / 맥락적 사고에 관한 대비인데, 간단하게 "하나를 좀 더 집중적으로 보는가 vs 전체를 판단해서 보는가"이다. MBTI로 따지면 N이냐? S냐? 와도 비슷한 경향은 있다만 100% 일치하진 않는다. (이상 vs 현실에 좀 더 가까운 개념이고, 위의 이론과 인과관계 내지는 상관관계 정도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난 확실히 holistic thinking 쪽에 더 가까운 편이다. 난 디테일을 신경을 아~예 쓰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맞아 들어가면 일부는 그냥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딩을 할 때도 top-down 한 방식으로 작업하기도 한다.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잘 시작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성향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겠다.
* 그래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난 의식적으로 적당한 해결책에서 멈추려고 노력해야 할 때도 있다. 확장 가능한 코드에 욕심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다...
그렇다고 analytic thinking을 하지 않는 건 당연히 아니다. 뭐든지 이분법은 스펙트럼으로 보는 것이 좋다. 설마 사람들이 분석적 사고"만" 한다거나 맥락적 사고 "만"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딱 분석적 사고를 할 때가 정해져 있다. 나 스스로, "이 개념은 이해가 되지 않아, 전체 그림에 넣을 수 없다"라고 판단한 경우이다. 당연하게도 이해가 안 되는 개념을 전체 시스템에 넣을 수는 없다. 다 해부해서 알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변 물체랑 상호작용하는 것과 어째서 그렇게 되는지까지는 파악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릴 적부터 계속 이런 방식으로 해와서 그런 건지, 아님 그냥 그게 편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래서 외우는 걸 잘 못한다. 예를 들어, 모르는 영단어 10개를 외워야 한다고 해보자. 그럼 이게 생각보다 쉽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부럽다). 강제로 외우고 싶다면 연상작용을 거쳐야 하는데(백지상태에서 계속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것이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겐 에너지도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전에 영단어를 배웠을 때도 그 단어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를 보는 식으로 많이 외우곤 했다. 영어도 잘 따져 보면 어원이 있다. 전혀 관련이 없는 단어들, 뭐 triangle, pretraining, scratch... 등을 외우는 건 어려울 순 있어도, predetermined, pretraining, predecessor 등은 뭔가 외우기 쉽다는 인상이 든다. 전부 pre-로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뜻도 그런 뉘앙스가 약간씩은 가미되어 있으니까.
하여간에, 이렇게 외우는 걸 잘 못해서 최소한 이해하고 넘기는 식으로 많이 학습을 진행하고는 했다. 실제로도 이러다 보면 자연스레 외우지 않아도 뭔가 머리에 들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특이하게도, 난 어떤 객체 자체보다는 그 객체와 다른 객체 사이의 연결을 더 잘 기억하는 것이다. Graph 이론으로 따지면 Node보단 Edge를 더 기억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간에 그렇다. 실제로 이건 "지식 스키마"라는 이름으로 심리학 쪽에서 연구되고 있는 분야라는 것 같다. 인간이 어떻게 추상적인 것에 대한 기억을 하는지에 대한 구조인 듯하다.
이런 방식의 사고의 장점은 다양한 주제를 같이 엮어서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서로 다른 분야에 있는 연결점을 특히 더 좋아하는 편이기도 해서, 그런 것에 더 주목하다 보니까 더 많은 Cross-Domain / Cross-Validation 한 사고를 할 기회가 늘어나는 편이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역시나 그런 과정에서 디테일이 생략된다는 점도 있다. 예를 들어 Ethereum 네트워크의 Compound와 Tron 네트워크의 Tronsave가 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겉표면에서 보면 둘 다 일정량의 무언가를 예치하고 이자 비스무리한 것을 받는 것은 비슷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알고보면 메카니즘이 완~전 다르다.
-잠시동안 블록체인에 관한 설명이 있습니다! 별로 궁금하지 않다면 아래로 넘겨주세요-
Compound는 훨씬 베이스라인, 다른 서비스도 그 위에 뭔가를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에 가깝다. 이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내가 코인을 "빌려주고", 남에게서 이자를 받는다. 즉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TronSave는 Stake이후에 나온 특수한 자원인 Energy(ERC20의 gas와도 일맥상통한다)를 파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smart contract에 들어가는 비용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 하여간에 디테일로 들어가면 완전 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또 다른 단점은 사고가 좀 느려진다는 점도 있다. (RAM이 좀 모자른 관계로 Swap으로 SSD를 좀 더 많이 쓴다고 생각해보자.) 알고보니 HSP 특성도 있기 때문에 안 그래도 느려진게 더! 느려질 수도 있다. ... 에휴
전에도 생각해 보니 이런 주제로 글을 썼던 것 같기도 한데... 내가 썼던 것들을 다시 읽어봐야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