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41분이다. 새벽감성이 한창 충만할 때라서, 글도 잘 써질 것 같은 기분이다. 오래간만에 내 감정들도 좀 정리하고, 털어버리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에라도 글을 다 적고 가고 싶다.
MT를 다녀왔다. 실제로 "MT"라고 이름 붙은 제대로 된 행사는 이게 처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차피 지금 아니면 경험해보지도 못할 것 같아서 갔다 왔는데, 엄청 재미있었던 것 같다. 뭐 내가 술을 스스로 마시지 않으니까, 그렇게 까지 취한 건 인생에 몇 번 없기도 하고... 뭐 특별히 상기할 만한 실수는 안 했으니까 그냥 잘 놀다 온 것 같다. 운영진 분들께 감사하다(레크리에이션 이후로는 진짜 재미있었음 ㅎㅎ).
이후에 집으로 돌아오고, 자고 나니까 안 좋은 기분이 많이 들어서 힘들었다. 사실 이런 감정이 왜 내 머릿속을 감도는지 알고 있다. 직시하기 싫지만, 내가 인생을 제대로 못 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좀 더 직설적이지만 단편적인 원인으로는 연애를 못하고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이런 자신과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비교하는 일이 많은 것 같다. 그때는 정작 그런 생각들을 눌러두지만, 집에 와서는 결국 쌓아둔 생각들이 터져버리는 것 같다.
항상 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가 나온다면 할 이야기가 없다. 내가 잘 모르는 주제가 많다. 영화도, 연예인들도, 노래도... 어째 전부 내 관심밖의 이야기들이다. 이게 잘못된 것은 아닌 건 알지만, 동시에 사람들을 사귀고 하기에는 부적합한 태도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고민이다. 언제까지 내가 원하는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이건 진로에만 포함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을 보고 나서 친분을 쌓고 싶다면 내가 관심이 없더라고 어느 정도는 알아두어야 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 원체 관심이 없다. 특히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이나 아이돌은, 어차피 내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존재가 전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그냥 예쁘고 멋진 사람이 있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내 머릿속에 넣어두지는 않았다. 아니, 넣어두고 싶지 않았다. 왜? 내가 아니어도 어차피 잘 먹고 잘 살 사람들인데, 난 관심을 왜 두어야 하지? 나만 손해인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 말이다. 최근에도 홍대입구역에서 연예인들이 걸린 광고를 보고, 게임 캐릭터가 걸린 광고를 보고서는 그런 생각들을 했다. 사람들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많은 사람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즐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생각해 보면 그걸 그렇게까지 싫어할 이유도 없는데, 그냥 열등감을 가리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앞의 예시의 연장선으로, 내 성격도 짚고 넘어가고 싶다. 난 확실하게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 이건 나의 강점이기도 했지만, 약점이 될 때도 많았다.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인생의 부분 부분들도 있지만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하고 자신을 계속 의심하면서, 제 발목을 잡기도 했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 공부에 투자를 많이 했다. 고등학교 때도 성적에 나름 신경을 많이 썼고, 지금도 학점은 열심히 관리하고 있다. 이런 건 내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대로, 난 지금 끝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단기적인 이득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차 없이 버려버렸다. 어쩌면 그때 당시의 나로서는 그게 인간관계에 대한 투자였을지도 모른다. 난 오만하게도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버리면서 이런 문제를 계속 회피했다. 그게 끝에 와서는 사회적으로 병든 나로 남아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다.
웃긴다. 이렇게 글로 생각을 정리해야지만, 겨우 한 번, 내 문제를 쳐다볼 수 있다. 그전까지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근에는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이 다시 늘어나면서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지금을 즐겨도 괜찮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도 여전히 장기적인 의미를 선택하는 걸 선호하겠지만, 너무 모든 것을 버려두고 미래의 일에만 매진하지 않게 하고 싶다. 밸런스가 중요한 거니까. 특히 다소 의미 없어 보이는 일도, 쾌락적으로 보이는 일도 조금씩은 해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젊음이 아깝기도 하고, 한창 좋을 때고, 한데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에 자신을 바치는 건 좋지는 않으니까.
난 그래도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젠 여기다가 글도 썼으니, (미래의 내가 보고 이불 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에도 좀 관심을 가져보고자 한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당장 관심 없는 것이라도, 관심 있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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