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래간만에 블로그에 뭔가를 남기는 것 같다. 이렇게나 시간을 질질 끌 건 없었던 것 같은데, 아쉽다.
내가 블로그랑 일부러 척을 지려고 했던 건 아니고, 사실은 그간 다른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끝마쳤나 하면 아니다. 반 정도, 그냥 어중간하게 완성된 형태로 끝났다. (전에는 실제 제작의 반도 하지 못했으니 진전이라 해야 하나...)
... 그래서 이 글을 시작하기 전에 우선 날 믿었어 주었던 팀원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적어두고 이어나가려고 한다. (프로젝트가 뭐였느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으려고 한다. 불편하다기 보단 이건 전적으로 그들의 아이디어였고, 외주로 맡겨진 형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완성을 못한 것도 있기 때문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오판이었다. 자기 과신. 나 자신의 능력, 스케줄에 비례해서 얼마만큼 코드를 짤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기본적인 흥미에 대해서 잘못된 판단을 해버렸다. 더해서, 이 블로그를 방치한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우선 생산성에 관한 측면에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내가 생각보다 그렇게 빠르게 UI 컴포넌트를 작업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더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그냥 프런트에 재능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코드를 못 치지는 않기 때문에 열심히 작성을 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게 어떤 특정한 순간부터는 무슨 일을 하든 간에 크게 생산성에 개선이 없었다. Cursor를 도입하거나 Figma에서 자동으로 코드로 바꾸어주는 툴도 사용해 보았지만, 그것도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중간에 React Native Bare 환경에서 크게 상황이 좋아진 Expo로 갈아타서 개발 주기를 더욱 빠르게 잡기도 했다. 최대한 네이티브 코드를 건드리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금씩 생기는 edge-case, 특히 완벽하지 않은 Android / iOS 간 호환은 내겐 굉장히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중간에 가다가 iOS환경만을 타게팅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RN특유의 느린 개발주기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된 것도 아니였다. 환경뿐만 아니라 그냥 UI코드를 bolierplate 하게 작성하는 부분도 빠르게 해내지는 못했고, 내가 생각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이런 경험이 쌓이니까 확실히 보이는게, 내 머릿속에 이게 제대로 잘 안들어온다는 점이다. 한번에 딱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이러한 UI 개발과 백엔드를 같이 해야하는 풀스택 작업도 결국 코딩 실력이 있기도 해야 하지만, 일단 빠르게 작동하는 코드 vs 좋은 코드의 타협점을 찾는 능력 또한 있어야 한다. 난 내 성향상, 좋은 코드를 꾸준히 시간 들여서 만들 수는 있어도 빠르게 작동하는 코드에 대한 타협을 하기 어렵다. 좋은 코드라는 게 진짜 객관적인 의미에서 그렇다기보다는 내가 읽었을 때 이해가 되는 코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생성형 AI를 통한 코드를 만들어도 내가 정작 100% 신뢰할 수도 없거니와, 대부분 AI는 내 프로젝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에 결국 다시 짜 넣어야 하는 상황이 많았다. 내 성격상, 그걸 도저히 그냥 놔둘 수가 없다. 미래에 확장성이 있는, 개발 부채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코드를 짜는 것이 좋다. 근데 이렇게 하면 초반에 굉장히 꾸물거릴 수밖에 없다. 정작 보여줄 성과(정확히는 시각화가 가능한 성과)도 별로 없어지고, 내가 한 일을 말로만 설명을 하는 상황이 온다. 이것이 내겐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뭐 이것 말고도 느낀 건 많지만 결로은 같다 : 앱 개발은 잘 못한다는 것이다. 프런트 계열에는 확실히 재능이 없다는 느낌이다. "아, 그럼 백엔드는 재능이 있다는 뜻인가요?"라고 물으면 애석하게도 Yes도 No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히 흥미는 있었다. 3학년 학기와 같이 진행했던 거라서 기초데이터베이스 과목을 들었는데 거기서 스키마를 잡는 방법, 트랜잭션과 코딩 컨벤션을 학습했다. 정말 아쉬운 건 이 좋은 과목을 2학년 때 못 들었다는 거다. 만약 이걸 듣고서 작업을 시작했다면 모델링을 확실히 더 탄탄하게, 그리고 빠르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이건 한번에 대충 그림이라도 그려지긴 한다.
백엔드는 앱 개발과 다르게 개발환경 세팅을 하는데 훨씬 적은 노력을 해도 된다(배포 라인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CI/CD는 별도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확신은 없지만... 데이터를 다루고 추상화를 해서 저장하는 구조를 짜는 것 자체가 직접적으로 내게 와닿았고 더 쉬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탄탄한 ER-Diagram에 기반한 분석, 그리고 요구사항 정리를 하는 것을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migrate를 약 70번은 넘게 한 것 같지만, 그래도 그렇게 직접 말이 되는 걸 만들고 나면 뿌듯하다는 생각은 있었다. "일부러라도 꼬치꼬치 물어서 요구사항을 확실히 정리했어야 했는데... 같이 다이어그램도 정리하고 해야 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프로젝트 시작할 땐 몰랐으니 세이프다)
이렇게 프런트 & 백을 다 잡고 있는 와중에 그러는 건 무리였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일부러 뭔가 말이 되는 걸 만들어 오기 전까지는 블로그에 뭔가를 올리지 말고, 그리고 실제로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고집도 부렸다. 지금 와서 보면 별로 현명치 못했다. 글을 적으면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내뱉고 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괜한 고집을 부려서 스택을 정리할 기회 뿐만 아니라, 재충전의 기회도 잃어버렸다. 알고보니 글을 쓰는게 나의 제일 진정한 취미이고, 그래서 반드시 투자해야 하는 시간임을 깨달았다. 적어도 그런 이상한 고집만 부리지 않았다면 중간에 갑자기 번아웃 비슷한 게 와서 너무 힘들고 지치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다시 기술 관련한 내용과, 내가 관심이 있고 그냥 글을 적고 싶은 것은 빠짐없이 적어나갈 계획이다.
그나마 이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 더 이상은 프런트 계열은 진로로 진지하게 고려하지는 않게 되었다. (와! 드디어 진로가 좁아졌어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프런트를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자신도 나름 있었다. 그리고 그쪽(정확히는 앱 개발자)으로 가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나름 경쟁력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도 있다. ... 아주아주 오만한 생각이었다. 앱을 만드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었던 거다! 한대 맞고 나니까 겸손해진 느낌이다...
+
... 하 맙소사 마지막 글이 1년보다도 더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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