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모 게임의 10년간의 여정이 끝나는 종장이 발표되는 날이다. 편안히 관련된 커뮤니티 글을 눈팅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난 자유의지가 없다고 믿는다-"라고, 간략하게 적어놓은 글이 하나 있었다. 이것에 딱히 반박도, 수긍도 할 의지는 없다.
다만 난 머릿속으로 어떤 특정한 시나리오를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잘하는 것은 앞에 이야기하는 상대, 뭔가를 전달하고 있는 객체가 있다면,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해야 하나. 존재하지도 않는 대화록을 잠시 보는 느낌으로 상상하는 것이다. 그렇게 전개된 말싸움에서 내가 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본인과의 싸움에서 질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쉽게 증명된다...) 그럼 그때 뭔가 내가 이해를 완벽히 못했구나, 아직 정리가 안되었구나, 그렇게 판단을 한다. 이번의 경우, 그것을 좀 더 굳히기 위해서 옛날부터 해온 운명에 관한 나의 간단한 견해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난 운명이라는 게 있다면, 그것은 완전무결한 정보로 본다. "라플라스의 악마"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어떤 계 안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를 안다면 그 세계의 과거, 미래할 것 없이 정말이지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뉴턴의 요람같은 것을 상상해 보자, 추가 몇 개, 그리고 얼마나 높이 들어 올렸냐에 따라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추가 완성탄성충돌을 하고, 에너지가 운동에너지 외에 다른 에너지로 바뀌지 않는다는 조건까지 더해준다면, 처음 계 밖에서 공급된 에너지(손이 들어 올린 그 추 말이다)를 제외한다면 그 계의 미래, 과거할 것 없이 똑같은 움직임을 반복할 것이라는 것도 대충 예상할 수 있다.

비슷한 이야기를 우주에 확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뉴턴의 요람에 비해서 생각해야할 조건은 훨씬 복잡하고 많다. 심지어 우리 우주의 시간은 엄밀히 말해 비대칭적이다. 다만 이런 예외적인 상황들을 우린 딱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문제의 조건상, 우린 "완전한 정보"를 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전지전능의 "전지"인 셈이다.
만약에 우리가 이런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우린 운명을 안다고 할 수 있다. 내일 내가 무엇을 할지, 이 글이 어떻게 끝날지, 혹은 쓰다가 그만 둘지, 내가 언제 죽을지. 그런 것도 전부 알 수 있다. 실제로 코펜하겐 해석을 도입해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어떤 특정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계산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지만, 그런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가는 생각해보아야 할 이야기이다. 파동함수도 기본적으로는 정보의 무결성을 내포하므로, 우리가 모를지언정 그런 정보는 어딘가에 있다고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자유의지는 없으며 모든 것은 정해져 있고, 우주에 변혁이랄 것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뇌 안의 전류신호나 다양한 호르몬의 영향, 그런 것들이 인과적으로 닫혀있으므로, 우리 "선택"하는 것은 사실은 없다. 사실은 사후적인 서사를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처음 생각한 것은 "어떻게 하면 운명을 알 수 있을까?"였다. 만약 우리가 최소한 그러한 운명에 발버둥을 치고 싶다고 한다면, 그 정보를 손에 넣고 펴보아서, 적어도 그에 반하는 행동을 시도할 수 있을까? 자유의지의 실존 유무, 혹은 운명의 실존 유무와는 별개로 제일 큰 문제는, 우리가 선택을 하기 이전에 그런 정보를 받아야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유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커뮤니티에 글을 썼다고 하자. 운명이 존재하고 자유의지가 없다면, 이 사람의 주장은 타당하고, 실제로 그러한 인과가 있었기 때문에 해당하는 글을 썼을 것이다. 운명이 없고 자유의지가 있다면, 이 사람든 잘못된 주장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에겐 이 2가지 시나리오를 구분할 방법이 없다. 운명이란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한, 모든 판단은 결국 미확인 상태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자유의지라는 것은 우리 우주가 정보를 숨기기에 가능한 환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운명을 보아서 변혁할 수 있는 미래가 없다면, 이런 논쟁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우리가 자유의지가 없다는 이유로 나태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냥 나태해진 것인가, 혹은 운명에 그러한 생각을 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정해놓은 것일까?
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졌는지... 혹은 정교하게 결정된 과정의 일부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판단 할 수밖에 없다. 난 거기에 나의 의미를 던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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