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영원히 사는 것, 죽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 나도 그 문제를 꽤나 많이 고민했다. 죽는 것은 두렵다. 내가 아무것도 느낄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는 무로 돌아갈 것이다. (필자는 내세를 믿지 않는다. 아마 있다면 그건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겠지...) 죽는다면 그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없다. 궁극적인 페널티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도 영원히 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다. 우주의 열 죽음이라는 개념을 접하기 전까지는... 난 우주의 발생론(빅뱅, 인플레이션 등등...)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았다. 어째서 관심이 많았는가는 글을 적는 지금까지도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그냥 본능적으로 우주를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영어로는 Heat Death, Big Rip, Big Chrunch 등의 다양한 용어와 시나리오가 있긴하다. 하지만 결국은 같은 것이다. 우주는 죽는다. 끝이 있는 우주에 끝이 없는 생명이라는 것은 없다. 영겁은 있다. 하지만 영원은 없다. 엄청 오래, 말도 안 되도록 오래 사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결코 끝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멸망이 도래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난 그때의 심리적인 압박을 도저히 못 견딜 것 같다. (우주가 팽창도, 수축도 하지 않아도 언젠간 엔트로피가 우릴 죽일 것이다...) 허무하게 영원히 산다는 꿈이 박살났다. 단순한 과학책을 읽다가... (책의 구체적인 제목은 기억 안 난다)
영원한 삶이 존재할 수 없다면 그 다음으로 절대적인 것, 의미는 어디에 있는 건가, 그렇게 많이 생각을 해봤다. 막연하게 그것이 난 '사실'이라고 생각을 하긴 했지만, 왜 그런진 딱히 설명할 수는 없었다. 죽음이 있는 걸 받아들이고, 시간이 내겐 유한하니까 잘이나 쓰자... 반쯤은 설명을 포기한 채로 다소간은 기독교적인 믿음을 가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생각을 다소간 명확하게 굳힐 계기가 왔는데... 그게 이 영상이다.
쿠르츠게작트의 영상, 블랙홀의 정보 역설에 관한 영상이다. 재미있기도하고 생각할 거리도 많이 던져주니까 한번 보는 걸 추천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WO-cvGETRQ
보면 블랙홀의 정보 역설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정보는 절대 폐기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블랙홀은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과를 블랙홀 속에 던진다고 해보는 것이다. 사과는 블랙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우리 입장에서 사과를 보면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선 표면에 닿을락 말락, 시간이 거의 정지 한 채로 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사과가 낼 수 있는 광자는 discrete, 즉 수량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그 사과는 점차 더 붉어지다가 결국 마지막 광자가 블랙홀에서 떠난다면, 그 누구도 "사과가 블랙홀 안에 들어갔었다"라는 사실을 블랙홀에서 추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젠 사실조차도 처음에는 파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충격을 먹었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다른 이야기이다. 우리가 던진 사과가 블랙홀 안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없던 것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알 수 없게 된 것뿐이다. 학계에서도 "블랙홀이 정보를 파기한다"는 입장보다는 "블랙홀의 표면에 정보가 알 수 없고, 추출할 수 없는 형태로 저장된다"는 설이 더 지지를 받는 듯하다. 결론적으로는, 사실이 파괴되는 일은 없다.
생각해보면 인생도 그러하다. 필자가 지금도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적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이것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아예 삭제를 해버린다면, 필자가 글을 쓰지 않은 것인가? 않게 되는 것인가?
상대성 이론도 사건이 일어난 프레임에 관해서 다시 고찰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A가 경험한 것과 B가 경험한 것에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 A는 어떤 두 사건인 a, b가 동시에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B는 b가 먼저 일어났다고 주장할 수 있다. 만약 B가 A와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면. 둘의 주장이 전부 맞을 수 있다. 그냥 서로 다른 경험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대성 이론도 사건의 동시성을 부수긴 했어도 사건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해버리는 경우는 없다. B가 "b는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하면, 한 명은 거짓말을 한 것이다.
kerr 블랙홀은 수식적으로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허용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사건의 지평선 안의 인과밖에 수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이 구조 자체가 굉장히 불안한(?)것으로 보인다. 특정 조건을 많이 만족해야한다는, 그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원한 것은 당장 그곳에 남는 '사실'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만약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었다면, 그 사실은 영원히 취소 될 수 없다. 물론 그러한 정보는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은 일시적이고, 당신 또한 인생의 다음으로 넘어갈 것이니까. 그래도 어딘가에 사실로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죽음은 아름다운거고, 그것에 삶에 의미를 준다'라는, 다소간 기독교적인 믿음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현대의 사람들에게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생각한다. 어째서 죽음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가? 그래서 더욱 과학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발굴되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선조들이 모아 온 지혜가 없어도, 이런 사실들로부터 사유해 기존과 비슷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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